
와..
박사 두 번은 못하겠다..
프로포절 발표가 끝났다
합격이다.
디펜스는 늦어도 6개월 뒤에 하기로 했다.
졸업 각이 보인다.
학교마다, 학과마다 다르지만 박사과정은 3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퀄(Qual.)이라 부르는 박사자격시험,
프릴림(pre lim.), 혹은 프로포절(proposal)이라 하는 구두발표,
디펜스라 하는 박사학위청구논문 심사,
이렇게 세 개의 큰 산이 있다.
자격시험은 3학기 전에 과락을 거르는 목적이 있다.프로포절은 내 연구가 의미가 있는지, 방향이나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평가받는 목적을 가진다. 퀄을 박사과정의 과락을 거르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프로포절은 박사 역량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물론, 프로포절의 수준은 학교마다, 그리고 연구실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정말 제안서 수준의 발표를 하지만, 어디는 거의 디펜스 급의 발표를 한다.
나는 석박통합 5학기차에 프로포절을 보게 되었다. 정말.. 정말 힘들었다.
우리 학과는 일반적으로 빠르면 7학기, 보통은 9학기 쯤에 프로포절을 본다. 그에 비해 나는 프로포절을 굉장히 빨리 봤다.
남들보다 1년, 혹은 2년 빠르게 진행한다는 것은.. 그저 한 두 학기 먼저 실적을 채웠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학기 동안 두배, 세배 혹은 그 이상의 연구 성과와 연구실 기여가 필요하다. 나도 이걸 알고싶지 않았으나..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정말, 너무 힘들다는 말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다..
너무 한숨이 나올 때면 이렇게까지 급하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늘어지면 한없이 늘어질 수 있는 것이 박사과정이기에.. 졸업 요건도 완료된 김에 프로포절을 일단 강행했다.
당시 졸업요건에 해당하는 저널 리비전 중이어서, 프로포절 보다는 이 논문 리비전에 영혼을 갈아넣은 것 같다. 프로포절을 준비하는 근 한달은 항상 해뜨고 쪽잠을 잤다.
프로포절 준비
안타깝게도 준비한 기간이 너무 짧았다.
분명히 뭔가 많이 했는데, 그걸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당시에는 논문 쓰는 게 왜 그렇게 오래걸렸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른다..
처음으로 내가 전부 준비하는 박사과정 심사라서, 시간을 많이 쓴 것 같다. 박사자격심사 같이 그냥 발표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모든 것을 체크해야 했다.
장비들이 잘 작동하는지 일주일 전, 하루 전에 확인해야 했고, 다과도 종류별로, 음료와 물도 따로 챙겼다. 발표장 중복 예약이 없는지 신경이 쓰였고, 커미티와 참관할 사람들의 자리배치까지도 챙겨야 했다..
문제는, 이걸 프로포절 일주일 전까지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에, 커미티 미팅을 다 종료하고 이제 발표자료를 완성해야 하는데, 그 때 저런 것들도 내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당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은 저 부분을 생각해보지 않은 내가 너무 이상하다
발표자료는 하루 전날까지도 계속 수정했고, 발표 리허설은 지도 교수님과 연구실 후배들이 뭔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줬다..ㅋㅋ
어쨌든, 하루 전날이라 대변신은 불가능하고, 일단 컨텐츠가 없진 않으니까 차근차근 해 보기로 했다. 많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프로포절 보는거라고,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것들이 있으니까 자신감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 많은 다짐을 했던 것 같다.
프로포절 당일
거의 날을 샜다. 그냥 잠이 안왔다. 스스로가 발표하는 내용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아서 불안했는지, 거의 잠을 못잤다.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머리가 너무 아팠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대화는 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랬다.
심사위원 배정 자리 중에서 각자 골라서 앉으셨고, 그때부터 발표 끝까지 인쇄한 발표자료와 저널 실적을 굉장히 열심히 살펴보셨다.. 읽을거리라도 열심히 준비한 내가 뿌듯했다.
결국 공지했던 시간이 다 돼서, 그렇게 최악의 컨디션으로 연구실 후배들과 커미티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프로포절을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릴웍이 끝나고 메인 연구 파트 발표를 시작하는 순간, 천장에서 진동이 일었다. 윗층 전체가 이사를 하는 것인지.. 운동회를 연 것 마냥.. 드드드드드드르륵 엄청난 소음과 함께 진동이 일었다. 마이크를 쓰고 있는 내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이런 상황은 예상에 없었는데!
패닉이었다.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구나.. 만약 내게 다음이 있다면.. 디펜스 준비할 때에는 이런 돌발상황에도 대비를 해야겠다 싶었다.
어찌 됐든.. 발표가 끝나고 커미티 교수님들의 코멘트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연구이다, 는 평이 많았다. 진행도가 높지만, 박사학위연구로서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져 마무리에 신경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통된 평이었다. 그리고 각 커미티들의 전문분야에 대하여, 좀 더 보완 사항들이 있었고..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었고.. 너무 할 게 많은 것 같은데.. 이번 학기에 디펜스가 가능한..건가..?
아, 그리고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현재 수준에서는 최선인 연구이고, 연구 내용 자체는 훌륭하다고 해 주셨다. 이루어 낸 것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매듭을 잘 짓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다들 디펜스에 대한 기대를.. 한껏 하셨다..
발표는 35분 했는데 코멘트를 1시간 들었다..ㅋㅋㅋㅋ 정말.. 대단하신 교수님들께 보이기에는 촉박한 시간의 발표였음에도,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코멘트 남겨주신 커미티 분들께 너무 감사했다.
일단 이번 학기에 디펜스를 보기로 했다.
드디어 졸업 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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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박사 프로포절 합격
와.. 박사 두 번은 못하겠다.. 프로포절 발표가 끝났다 합격이다. 디펜스는 늦어도 6개월 뒤에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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