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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박사 졸업 후 취직 시장 경험기 (대기업 vs 스타트업)

by 김바림 2024. 12. 2.

 

 

 

 

졸업 후 설레는 내 인생 첫 휴식기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오퍼가 들어왔다. 그것도 꽤 많이. 여러 곳에서 다양한 오퍼가 들어왔다. 그래서 졸업하고 4개월 정도 정신없이 면접과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보통 졸업 직후의 프레시 박사가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지금이 최고점이라는 의미다. 나는 또 내가 특별한 줄.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자영업자로부터, 1-2번 씩이지만, 각 분야에서 오퍼를 받았다. 비록 박사 졸업을 하고 나서 처음한 경험이지만 난 이 부분이 참 좋았다. 나의 능력을 믿고 할 일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내가 사회로부터 환영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번에는 내가 졸업하고 겪은 경력 채용 혹은 면접과 관련한 경험과 그에 대한 감상이다. 참고로 나는 제조업 기반의 연구소 혹은 연구원 자리를 제안받았고, 모두 연구개발 관련 오퍼였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연구원 오퍼 & 채용 프로세스 후기

 

내 전공이나 연구 분야와 관련이 있는 직무에 대하여, 경력 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채용이 진행된다. 기업에서 먼저 오퍼를 하더라도, 결국 내가 지원서를 작성해서 '귀사에 고용되고 싶습니다'라는 스탠스로 글을 작성해야 한다. 채용 프로세스 전체를 성실하게 따라가다 보면, 정말 내가 이 기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데, 기업 측에서도 '너가 원해서 우리에게 고용되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대기업 채용 프로세스에서는 원래 내 생각이 무엇이든, 이 스탠스는 맞추는 것이 좋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경력 채용은 그 프로세스가 명확히 존재하고, 전체 프로세스를 통과해야 한다. 크게 필기 시험, 컬쳐 핏, 전공 면접, 임원 면접이 있다. 필기 시험은 온라인으로 보는 곳도 있고, AI 역량 검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AI 시험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걱정 했는데 (5년 전에는 이런거 없었다!), AI 검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 상체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
  • 준수한 녹음 및 녹화 환경

 

이 두가지인 것 같다. 원격으로 보는 시험인 만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얼마나 익숙하냐가 당락을 좌우한다고 느껴졌다. 중고등학교 때 OMR 답안지 방식에 익숙해져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후 채용 프로세스는 웬만하면 대면 면접일텐데, 면접 대기 관련하여 구비를 잘 해놓는다. 아래 사진은 내가 갔던 면접 대기 장소 중 가장 편안했던 모 기업의 공간이다. 지원자도 많고 채용 인원도 많다 보니, 진행 전문 인력, 이름표, 다과 등 기본적인 세팅이 잘 갖춰져 있어서 체계적인 느낌이 든다. 물론 당신이 고용되어 맡게 될 일은 그렇게 체계적이지 못할 것이니 너무 기대하진 말자. 아래 공간은 내가 갔던 채용 면접 중에서, 촬영 가능한 곳 중 가장 편안했던 면접 대기 공간이다.

 

깔끔하고 쾌적했던 모 기업의 면접 대기실

 

 

 

 

본인이 이런 환경을 중요시 하는 타입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무엇보다도 쾌적한 업무 환경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 이런 성향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자.

 

컬쳐 핏 면접은, 기업의 비전 / 조직 내 분위기와 당신의 가치관이 맞는지를 체크한다. 어떻게든 합격하고 싶다면 자신의 본래 성격을 숨기고 기업 형 인재상에 당신을 맞춰도 되겠지만, 회사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도 당신이 기업에서 뽑고자 하는 전공을 했다면 임원 면접까지는 수월하게 갈 것이다. 그 전에 떨어진다고 해도 너무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력 채용은 정말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팀이 폭파되어 당신을 뽑으려 했던 부서가 없어지는 등 당신을 뽑을 이유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 아무튼, 박사 경력 채용은 결국 임원 면접에서 채용이 결정난다. 임원 면접에서는 무엇을 보냐 하면,

 

  • 이 사람이 회사에 오래 다닐 것 같은지
  • 책임 급으로서 성과를 잘 낼 수 있을지

 

이 두가지를 본다. 나는 임원 면접이 가장 혼란스러웠다. 회사에서 오래 일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능력이 있어서 계속 성과나 실적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능력있는 사람들이 남아있도록 동기부여나 대우를 잘 해주면 될텐데, 임원들은 이직하는 사람들을 로열티가 없다고 탓하며 '우리가 항상 너를 대우해 줄 수는 없을텐데, 그래도 너는 오래 남아 있을거니?' 라고 물어봤다. 굉장한 양가감정을 느낀 면접이었다. 대기업 경력 채용은 기본 스텐스가 '우리가 갑이고 너가 을' 이었다. 성과를 잘 낼 것 같은 사람에게 '우리가 너를 어떻게 만족시켜서 오래 다니게 할 것인지'를 알려줘도 모자랄 것 같은데.. 지원자를 뽑아준다(?)는 느낌이 강해서 굉장히 이상했다. 만약, 당신이 어떻게든 합격하고 싶다면, 내가 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간절하게 어필하는 것이 좋다. 성과는 내가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고, 고용주는 이미 전공 면접을 통해 성과를 낼 거라고 확신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들어가면 내가 관심없는 일, 혹은 원치 않는 일도 해야 한다. 지금은 나의 어떤 업무적 역량을 필요로 해서 뽑았지만, 정규직으로 뽑았기 때문에, 그 일을 다 하더라도 계속 나를 써먹어야 하는 곳, 대기업이라는 것은 그런 곳이다. 내가 회사가 성장하는 방향에 맞게 계속 나아갈 수 있다면, 대기업만큼 일하기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최종 면접에서 합격하면, 연봉 협상과 건강 검진을 해야 한다. 연봉 협상은 공식 오퍼레터, 혹은 잡디 (job discription)과 함께 당신의 세전 연봉과 인센티브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보내준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보통 연봉 테이블이 있어서 상한선이 존재하며, 그것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 클레임 할 때 가장 힘이 있는 내용은 '내가 전에 그래도 이만큼 받았는데' 이다. 전 직장에서의 원천징수 영수증을 근거로 딜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력 이직을 해서 몸값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이유이다.

 


 

스타트업과 자영업자 오퍼 후기

 

내가 찾아가서 제안하지는 않았고, 그들이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해 왔다. 박사과정에서 이룬 실적들을 연구실 홍보 차원에서 꾸준히 정리하고 발표했는데, 그것을 보고 연락을 하는 경우였다. 스타트업과 자영업에 관심이 있다면, 포트폴리오 정리를 주기적으로 하고 대외 활동도 열심히 하면 좋다.

 

아무튼, 규모가 좀 되는 사업자들은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서 보통은 자신의 일터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사업을 소개하며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혹은 이제 시작하는 창업자들은 제대로 된 건물은 없지만, 월세 사무실이나 공유 공간을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근처 카페도 훌륭한 활동 공간이었다.

 

면접 겸 IR을 했던 카페 모습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추지 못했지만, 근무 혹은 계약 조건은 그만큼 자유로웠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익의 일정 비율을 '미래의 연봉'으로 약속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내미는 '지금의 연봉'은 아주 적었다. 물론, 추가로 스톡옵션이나 주식, 혹은 앞으로의 연봉 상승을 약속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물론 예외도 있지만, 스톡옵션이나 미래의 연봉 상승은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어느정도 시장의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라는 뜻이다.

 

업무 내용과 목표가 명확한 점과, 우리 회사에 당신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 는 스탠스가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고, 나의 업무적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들도 해결해달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문제는, 내가 사기꾼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고용 조건에 대한 협상은 무기한이다. 협상 끝에 탄생한 것이 부당한 계약서는 아닌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조건이 특약 사항으로 잘 들어가 있는지도 살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 대해 꽤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그들을 잘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 섬뜩하다. 저 사람은 내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연구를 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알고 있는데, 나는 저 사람이 어디 기업 대표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조언 (1) 본인 성향부터 파악하고, 원하는 형태의 업을 정하세요

 

나는 박사과정을 들어가며 앞으로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 가 내 결심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의지가 가장 충만함에도, 대기업에서 들어온 오퍼에 의해 채용 프로세스를 타면서 나는 내 신념을 팔아치웠다. 모든 대기업 면접에서 꼭 묻는 질문은 '당신이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당신의 사명은 회사의 사명과 어떻게 일치하나요?' 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당신들이 이러한 업무를 해달라고 나보고 지원해달라 했잖아요?' 였지만, 나는 면접에서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그들이 제안할 연봉을 예상하면서 이 부분은 내가 맞춰야지, 이 부분은 내가 양보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주변을을 보면, 변호사 업계나 개발자 업계는 또 분위기가 달랐다. 대우가 불만이면 자유롭게 이직하고 창업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이 분위기가 너무 부러웠다. 나는 내가 잘하고 관심있는 분야에서 박사를 했지만, 만약 내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적어도 내 성향과 맞는 업계를 골라서 전문성을 쌓았을 것 같다. 웬만큼 전문성이나 경력이 있지 않으면 그 업계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조언 (2) 면접비 안주는 회사 or 업계는 가지 마세요

 

나는 살면서 면접비 안주는 회사를 이번에 처음.. 봤다.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분야라서, 그 회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각 업장마다의 차이인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보면, 면접비를 안 주는 업계는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첫 직장이 어디인가는 덜 중요할 수 있는데, 첫 업계가 어디인지는 정말 중요하다. 인사 일을 하더라도 기왕이면 삼성 전자에서 하는 게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 말이 취직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파이가 커지는 업계, 파이가 큰 업계에서 일해야 한다. 어떻게든 파이가 큰 업계로 들어가면, 그 파이 내에서 경쟁사나 관련 성장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훨씬 쉽고 대우도 좋다. 면접비를 안주는 업계가 있다면, 굳이 첫 발을 그런 업계로 디딜 필요가 있을까..? 요즘 세상에 말이다.

 

물론, 면접비 만으로 그 업계나 회사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면접비라는 것은 당신이 쓴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법 중 하나이고, 앞으로 함께 일 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이 시간을 내서 이 자리에 와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고용주를 판단하는 훌륭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면접비 안 주는 회사가 안좋은 회사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본인의 업무적 능력과 역량에 자신이 있고 자신을 믿는다면, 적어도 당신을 그렇게 대우해주는 업계에서, 그런 사람들과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조언 (3)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사람과 일하세요

 

나는 재료 연구원으로도 일해봤고, 채용 담당자로도 일해봤다. 그 외에 각종 외주 과제에서 내 시간과 노력이 돈으로 환산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소위 말해서 '후려치는' 고용주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고용 형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후려치는 계약도 존재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쏟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 중에서도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사람과 일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하려고 노력하는 고용주를 고르자.

 

'이 업계가 다 그렇대요'

'그래도 해야죠, 나 아니어도 하겠다는 사람 줄 섰는데'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면 하면 된다. 조금이라도 안내키면 안하면 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노동이 그것보다는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면 하지 말자. 자신이 더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당신도 얻는 것이 있으므로 그 가치도 저울에 올려라. 만약 나중에 그 결정을 후회한다면, 당신은 영점 조절을 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당신이 시장에서 가지는 가치가 어느정도 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너무 적어서 실망이라면 그 외에 다른 가치를 찾아라. 그렇게 당신의 선택과 책임에 가치를 높이자. 본인은 원하지 않는다고, 싫다고 말은 하지만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것은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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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박사 졸업 후 취직 시장 경험기 (대기업 vs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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